"ETF를 살 거면 증권사"라는 말은 이제 절반만 맞습니다. 은행도 ETF를 팝니다. 진짜 차이는 파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에 있습니다.
은행도 ETF를 삽니다
KB국민은행은 2026년 6월 퇴직연금 ETF 21종을 추가해 총 260종 라인업을 갖췄습니다. 5대 시중은행이 모두 ETF 라인업 확대와 모바일 플랫폼 개편으로 경쟁하는 중입니다.
상품 수만 보면 은행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진짜 차이는 주문 방식입니다
은행 퇴직연금 ETF 매매 안내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매매 가격과 시점은 지정할 수 없습니다.
메뉴에서 ETF를 고르면 주문이 접수되지만, 얼마에 살지 정할 수 없고 언제 체결될지도 모릅니다. 증권사에서 장중에 호가를 보며 지정가로 넣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입니다.
은행에서 ETF 사는 순서의 함정
- ETF는 계좌의 현금성 자산으로만 매수할 수 있습니다
- 현금이 부족하면 기존 상품을 먼저 매도해야 합니다
- 그런데 매도한다고 바로 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매도 자산은 '입금예정상품' 상태로 일정 기간 남습니다
- 실제 계좌에 입금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매수 전에 입금 시점을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오늘 시장이 빠졌으니 사야지" 같은 판단은 은행 IRP에서 실행이 어렵습니다. 반대로 연 1~2회만 리밸런싱하는 장기투자자라면 이 차이가 결정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누가 어디로
| 이런 사람 | 적합 |
|---|---|
| 가격을 지정해 사고 싶다 | 증권사 |
| 매월 직접 적립식 매수 | 증권사 |
| 여러 ETF로 포트폴리오 운용 | 증권사 |
| 예금·원리금보장 중심 | 은행도 충분 |
| 연 1~2회만 리밸런싱 | 은행도 충분 |
| 주거래은행에서 통합 관리 | 은행 |
수수료는 세 종류로 나눠 봐야 합니다
- 운용관리수수료 — 가입자 교육, 운용방법 제시, 계좌 기록관리
- 자산관리수수료 — 적립금 보관·관리, 연금 지급
- 상품 내부 비용 — ETF·펀드 보수와 거래비용
광고에 나오는 "IRP 수수료 무료"는 앞의 두 개만 가리킵니다. 세 번째는 어디서 개설하든 그대로 나갑니다.
총보수와 실제 비용은 다릅니다
ETF 설명서의 '총보수'만 보면 안 됩니다. 매매중개수수료와 기타비용이 더해지면 실비용이 총보수의 1.5~3배에 달할 수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서 총비용비율(TER)을 확인하세요.
연 0.05%로 알고 산 ETF의 실제 부담이 0.12%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0.3% 차이가 20년 뒤 738만 원
적립금 5,000만 원, 수수료 차감 전 연 5% 수익을 가정한 단순 계산입니다.
수수료 0% : 5,000만 × 1.05²⁰ = 약 1억 3,266만 원 수수료 0.3% : 5,000만 × 1.047²⁰ = 약 1억 2,529만 원 차이 = 약 738만 원
연 0.3%가 20년 누적되면 738만 원입니다. 개설할 때 5분만 비교하면 되는 항목이 이만큼을 좌우합니다.
개인부담금과 퇴직금은 수수료가 다를 수 있습니다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같은 계좌라도 돈의 출처에 따라 수수료 조건이 갈릴 수 있습니다.
- 개인부담금 — 세액공제를 받으려고 본인이 넣은 돈
- 퇴직급여 재원 —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
개인납입분은 면제인데 퇴직금 재원에는 수수료가 붙는 구조가 있습니다. 퇴직금을 받을 계좌로 쓸 계획이라면 재원별로 따로 확인하세요. 금액이 크기 때문에 차이도 큽니다.
어디서 열든 똑같이 적용되는 제한
- 위험자산 70% — 주식형 ETF는 적립금의 70%까지. 한도에 닿으면 주문이 거절됩니다
- 레버리지·인버스 ETF 불가
- 미국 상장 ETF 직접 매수 불가 — VOO나 QQQ는 살 수 없고,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해외지수 ETF만 가능합니다
이 세 가지는 은행이든 증권사든 동일합니다. "증권사면 미국 ETF도 되겠지"라고 생각했다면 오해입니다.
위험자산 70% 한도가 실제 포트폴리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IRP 실질 주식 비중 계산에 정리했습니다.
이 선택이 실제로 만드는 차이
2025년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6.47%로 역대 최고였습니다. 그런데 평균 뒤에 큰 격차가 있습니다.
| 구분 | 2025년 수익률 |
|---|---|
| 실적배당형 상위 10% | 16.8% |
| 전체 평균 | 6.47% |
| 원리금보장형 하위 10% | 0.5% |
퇴직연금 ETF 투자금액은 2025년 말 48조 7천억 원으로 실적배당형 적립금의 약 40%를 차지합니다. 계좌를 어디에 열고 무엇을 담느냐가 30배 넘는 수익률 차이로 이어진 셈입니다.
기존 계좌를 옮겨야 할까
① 현재 계좌의 연간 실제 비용 확인 ② 원하는 ETF가 옮길 곳에 있는지 확인 ③ 보유 상품의 실물이전 가능 여부 확인 ④ 이전 중 매도·현금화 구간 확인 ⑤ 이전 완료 후 운용지시 재설정
수수료가 무료라는 이유만으로 옮기면 손해일 수 있습니다. 예금의 중도해지이율, 펀드 환매기간, 이전 불가 상품의 현금화, 그리고 재매수까지의 공백 동안 시장이 움직일 위험을 함께 따져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은행 IRP에서 ETF를 못 산다는 말은 틀린 건가요?
지금은 틀립니다. 다만 가격과 시점을 지정할 수 없다는 제약은 남아 있습니다.
Q2. 수수료 무료면 정말 비용이 0인가요?
아닙니다. 계좌 수수료만 0이고 ETF·펀드 내부 보수는 그대로 나갑니다.
Q3. 여러 금융사에 IRP를 만들어도 되나요?
됩니다. 다만 납입한도는 합산되고 관리가 번거로워집니다.
Q4. 실제 수수료는 어디서 비교하나요?
통합연금포털에서 사업자별 운용관리·자산관리수수료와 총비용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Q5. ETF 주문이 거절됐습니다.
위험자산 70% 한도에 도달했거나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은행이라면 매도 자금의 입금 대기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비교할 항목은 주문 방식, 재원별 수수료, 원하는 ETF 판매 여부 세 가지입니다. 회사 이름이나 "수수료 무료" 문구가 아니라 이 세 가지를 확인하세요. 수수료와 상품 목록은 수시로 바뀌므로 개설 전 통합연금포털과 해당 금융사 안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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